희우루 – 비를 기뻐한 까닭

누각에 오르셨습니다.

잠시 설명을 듣기 전에, 창밖을 한번 바라보시겠습니까.

이 누각에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두 개의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.

보춘정(報春亭).
봄이 왔음을 알린다는 뜻입니다.

그리고 희우루(喜雨樓).
비가 내려 기쁘다는 뜻입니다.

희우루라는 이름에는 정조 때의 이야기가 전합니다.

1777년, 성정각의 누각을 고쳐 짓던 무렵 가뭄이 이어졌습니다. 공사를 시작할 때 비가 내리자 신하들은 ‘희우’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청했지만, 정조는 비가 충분하지 않다며 허락하지 않았습니다.

다시 가뭄이 이어지다가 누각이 완성될 즈음 비가 넉넉히 내렸고, 그제야 정조는 이곳에 ‘희우’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. 정조는 그 내력을 자신의 글 「희우루지」에도 남겼습니다.

왜 왕은 비를 그토록 기뻐했을까요.

농사가 삶의 근간이었던 시대,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는 곧 곡식이 자랄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.

그리고 곡식이 자란다는 것은 백성이 한 해를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.

이제 두 이름을 다시 한번 나란히 바라보겠습니다.

봄을 알리는 보춘정.

비를 기뻐하는 희우루.

이 전시에서는 두 이름을 이렇게 함께 읽어 보고자 합니다.

왕세자는 봄에 비유되던 사람입니다.

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이지요.

그리고 그가 왕이 되어 가장 먼저 돌아보아야 할 곳은 결국 백성의 삶이었습니다.

배움은 왕세자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.

성정각에서 매일 이어진 공부가 언젠가는 누군가의 삶을 살피는 판단으로 이어져야 했습니다.

바로 옆 성정각에서 시작된 ‘왕이 되는 공부’가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,
이 두 현판을 바라보며 한번 생각해 보셔도 좋겠습니다.